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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레이코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지만, 여름이란 따분한 계절이었다. 9월 첫날 학기를 시작해 정확히 6월 말에 학기를 끝내는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여름이란 세 달짜리 긴 휴식이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교수님 그리고 정든 기숙사 방과 짧게 이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기숙사에 있는 동안 보지 못한 가족들과 부대끼는 건 물론 좋았지만, 사람이란 무릇 머글이든 마법사든 변덕이 심한 법이라 집에 있으면 호그와트 친구들이 보고 싶고 호그와트에 있으면 가족들이 보고 싶은 법이었다. 물론, 해리처럼 예외적으로 오로지 호그와트만을 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랬다.

 드레이코가 태어난 해는 아직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부모님과 아이로 이루어진 1세대 가정이 그렇게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네빌처럼 부모님이 아이를 돌볼 수 없기에 할머니와 사는 가정이나 해리처럼 아예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모네 집에 위탁된 가정은 주변을 보면 수두룩했고 슬리데린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이모처럼 아즈카반에 갇혀 친척 손에 맡겨진 경우도 더러 있었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그 시점에서 이미 천운을 타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정한 어머니와 겉으로는 엄한척하지만 사실 저를 보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즈카반까지 면회를 가야 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조카를 귀여워하는 이모도 있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무엇하나 부족해 본 적 없었으며 제 손으로 양 말한 짝 빨지 않아도 되도록 집안 곳곳에는 집요정들이 여럿 있었다. 드레이코는 말포이가문의 후계자였으며 성을 이어갈 수 있는 남자였고 완벽한 순수혈통이었다. 그는 태어나서 무력감도 상실감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사람이 부족하게만 자란 사람을 이해하기란 힘든 법이었다. 자신이 당연하다고 여겨서 그저 내뱉는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가슴을 할퀴어낼 수 있었다. 드레이코는 그렇듯 남들의 가슴을 모르고 혹은 일부러 할퀴어내며 지나갔다. 드레이코에겐 너무 가벼웠으나 누군가에겐 흔적을 남기기도 하는 무게임을 그는 알지 못했다.

 드레이코는 이따금 해리와 첫 만남을 기억했다. 말킨부인의 망토가게에서 드레이코는 들떠있었고 저와 같은 신입생을 만나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렸다. 드레이코는 그 만남을 나쁘지 않게 기억하지만 해리에겐 최악이었다. 드레이코는 해리에게도 당연히 저에게 있는 부모님이 있을 거라는 것을 전제로 말을 꺼냈으며 해리가 살아오는 동안 처음으로 제 편을 들어준 해그리드에대해 험담을 퍼부었다. 11살 난 해리에게 이미 단단했기에 그런 말들에 일일이 상처받진 않았지만 그게 불쾌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말포이를 두들리와 같은 부류로 나누었고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드레이코는 두 번째 만남에서야 그가 해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첫 만남 때처럼 해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여즉 그와 잘 지내고 싶었지만 해리는 드레이코를 두고 그 거렁뱅이 위즐리를 택했다. 드레이코는 해리처럼 단단하지 못했다. 평생을 상처라곤 받아 본 적 없는 고고한 자존심은 그리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생채기를 입었다. 흉터는 드레이코 깊은 곳에 아로새겨졌고 그건 첫 번째 상처였다. 마음의 상처는 드레이코가 처음 장난감 빗자루를 타다가 떨어져 무릎이 까지거나 장미 가시에 손가락이 찔린 것과 달리 쉽게 나아지는 게 아니었다. 그건 오래도록 드레이코를 괴롭혔고 그 안에 흔적을 남겼다. 드레이코는 너무 어렸고 견고하며 단단한 성에서 자랐기에 그의 세상에는 드레이코 본인과 부모님 외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남을 보기보단 제가 처음으로 받은 상처만큼 해리를 할퀴기 급급해서 제 무어가 잘못되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드레이코는 가슴 속 깊이 남은 상처가 가끔 화끈거리며 해리의 잔상을 남기는 게 불쾌했다. 드레이코는 그게 해리가 싫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작은 계기로 그 상처가, 그 미움이, 혹은 그 집착이 다른 감정으로 변이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어린 날의 첫사랑은 풋내보다는 계피나 후추처럼 코끝이 찡하고 싸한 향에 가까웠고 달콤하기보단 눈물이 날 정도로 아려왔고 그가 알기에 그런 자극적인 감정은 미움이나 싫음, 질투와 닮아있었다. 사실 언제나 주목받는 게 익숙했던 그였기에 질투 같은 감정은 사랑과 별개로 자리 잡고 있었거나 혹은 그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드레이코가 해리를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무렵 처음 방학을 맞았다. 그는 학교에 그렇게 애착이 있지 않았기에 그 지긋지긋한 호그와트에서 벗어나는 데 홀가분했다. 드레이코가 방학을 지루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정확히 세 번째 방학을 맞아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갈 무렵이었다. 그는 문득 복도가 호그와트 외곽에 있는 기다란 복도가 그리워졌다. 처음엔 드레이코도 그 나이 또래 애들이 그렇듯 친구들이 그리운 거라 생각했다. 그럴 나이였고 윌셔 저택에 그가 말을 걸 곳이라곤 바쁜 부모님을 제외하면 두 마리 개가 전부였다.

 그레이브와 고일이 저택에 온 건 처음이었다. 드레이코는 그들이 오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집요정이 있는 이 저택에서 굳이 둘의 시중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드레이코는 금방 둘을 싫증 냈고 둘은 이곳에서 며칠간 보내고 다시 돌아갔다. 왜 호그와트로 돌아가고 싶은지 알지도 못한 채로 드레이코는 방에 앉아 방학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호그와트가 위치한 스코틀랜드는 영국 북쪽에서도 아주 북쪽에 있었다. 뻣뻣하고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고 해가 거의 들지 않는 어두침침한 곳이었다. 일평생 잉글랜드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말포이는 처음 호그와트에 발을 들였을 때 이곳이 정말 영국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잉글랜드에 가을이란 구름이 끼어도 그 사이사이로 내리쬐는 햇볕과 나무의 싱그러움을 가진 곳이었지 이런 서늘함과 햇빛이 들까 싶은 곳이 아니었다.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만큼 좋아질래야 좋아질 수 없는 게 호그와트였다. 복도를 거닐면 천박한 아이들이 터트린 똥 폭탄 냄새가 났고 수업은 웬 더러운 머글 태생이 툭하면 그를 앞서기 일쑤였으며 습한 지하기숙사는 언제나 그를 짓눌렀다. 그는 호그와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래야 드는 곳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호그와트의 짜증 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2.

 드레이코가 해리를 다시 마주한 건 4학년 학기가 시작된 날이었다. 드레이코는 호그와트에 들어서자마자 기숙사에서 짐도 풀지 않고 복도를 거닐었다. 도서관에 가는 길, 외곽 복도, 그리핀도르 기숙사 앞. 드레이코는 연회장에 들어서는 입학식이나 되어서야 해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양옆에 떨거지들을 달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해리의 어깨에 일부러 팔을 부딪쳤다. 사실 어깨를 부딪치려 했지만 방학 동안 드레이코의 키가 겅중 뛰어서 해리가 어느 정도 올려보아야 할 정도가 되었다. 드레이코는 제가 해리를 내려볼 수 있다는데 우쭐하며 입을 열었다.

 "오, 위대하신 해리포터께서는 눈을 아래에 달고 다니시나 보지? 아 그래, 땅바닥이랑 붙어있어서 모를 수도 있겠군."
 "첫날부터 이러지 말자, 말포이."
 "하, 뭘 이러지 마?"

 그레이브와 고일은 드레이코의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가득 배어 나온다는 걸 눈치챘다. 둘은 멍청했지만, 그가 오늘 온종일 찾아다닌 게 해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고일은 제 팔에 팔짱을 끼며 눈을 부라려 해리를 위협했고 그레이브는 옆에서 위협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드레이코를 도왔다. 해리는 짜증스레 드레이코를 피하려고 했지만 드레이코는 몸을 옆으로 해서 해리 앞을 가로막았다. 가슴 한구석부터 희열 같은 것이 미약하게 올라왔다.

 "넌 하루라도 우리한테 시비를 걸지 않으면 안되니?"
 "머글은 빠져."
 "누가 봐도 네가 부딪친 거잖아!"
 "오, 위즐리는 하도 좁은 데서 바글거리며 사니까 이일도 자기 일인 줄 아나 보지?

 드레이코가 앞을 가로막자 곁에 있던 떨거지 둘이 방해했다. 드레이코는 해리가 그런 똥 폭탄 같은 커다란 두 녀석을 달고 다니는 것이 싫어 쏘아붙였다. 두 패거리는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지나가는 필치에 의해 흩어져야 했다. 드레이코는 기숙사에 돌아가 짐을 정리했고 그제야 제가 아주 오랫동안 느껴왔던 권태를 벗어났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권태를 벗어난 이유가 슬리데린의 왕자님 역할이 돌아와서라고 생각했지 그게 해리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해리는 호그와트에서 꽤 즐거워 보였다. 해리에게 호그와트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였고 방학 내내 호그와트로 돌아올 날만을 꿈꿨지만 그도 호그와트 전부를 좋아하진 않았다. 가령 슬리데린의 짜증 나는 패거리나 스네이프 교수 같은 것들 말이다. 해리는 의도적으로 드레이코를 피했지만 드레이코는 해리가 어디에 숨어도 기어코 해리를 찾아내 굳이 시비를 걸었다. 드레이코는 온 호그와트를 어슬렁거리며 거닐었고 일부러 해리의 시간표를 알아내서 짰다. 그레이브와 고일이 한 번은 왜 굳이 그 포터 녀석에게 집착하는지 물었지만 드레이코는 제가 언제 그 망할 녀석에게 집착했냐고 몸을 펄쩍 뛰었다.

 "넌 대체 왜 나한테 그렇게 시비를 거는 거야?"

 드레이코가 제가 확실히 해리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걸 자각한 건 해리가 직접 그렇게 물은 후였다. 그는 저를 짜증 나게 하는 그레이브와 고일을 두고 산책 겸 운동장 근처에 가있었는데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어두워서 인영이 어렴풋할 뿐이지만 드레이코는 어스름한 달빛만으로 한눈에 그가 해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웬일로 양옆에 떨거지들을 달고 다니지 않은 해리 덕에 드레이코는 기분이 좋아져 그에게 휘파람을 부르며 웬일로 혼자 나왔냐고 빈정거렸다. 해리는 그 말에 화를 내기보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고 드레이코는 그 속에서 지친다는 마음을 읽었다.

 드레이코는 다시 해리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학기 중에 마주치더라도 드레이코는 해리를 모른척했고 금발머리만 보면 날을 세우던 해리와 친구들도 점점 자연스레 그들을 지나쳤다. 길고 긴 겨울과 봄을 보내고 여름은 다시 한 번 다가왔다. 드레이코는 이제 여름이 아니더라도 따분하고 무료했다. 드레이코는 제 무료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척했다. 여름은 돌아오고 다시 방학을 맞았다. 네 번째 방학이었고 드레이코는 또 껑쭝 커서 5학년을 맞이했다.

 그 후 해리가 학교를 떠났기에 드레이코는 다시 해리를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는 학교로 돌아와 학기를 끝마쳤지만 해리는 바로 호러로 편입했고 그에게 있어 해리의 마지막 모습이란 볼드모트와 대치하고 일어난 모습이 다였다. 드레이코는 가끔 그때를 후회했다. 처음 만났을 때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더라면 마지막 인사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드레이코는 조용한 제 첫사랑을 여름과 함께 흘려보냈다. 그에게 이제 여름이라는 계절은 없었다.

 


3.

 드레이코는 여전히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름엔 언제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모든 것이 끝났다. 언제나 제 눈치만 보며 설설기던 이들은 저를 비난했고 순수 혈통이란 그렇게 메리트가 되어주지 못했다. 말포이 가문은 뛰어난 처세술과 막대한 부로 살아남았지만 예전과 같은 명성을 빛내진 못했고 드레이코는 그나마 나쁘지 않던 성적으로 은행에 들어갔다. 일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말포이 가문에서 독립할 필요가 있었다. 말단부터 시작한 일은 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사까지는 승진했지만 곧 거기에 아버지의 입김이 닿았다는 걸 알게 돼 일이 심드렁해질 무렵이었다.

 드레이코는 제가 얼마나 꽃밭에서 살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은쟁반 위에 금수저였고 그가 보는 시선이란 트이고 트여 가장 아래쪽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해리에게 상처 주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다시 해리를 보지 못했다. 그는 가끔 해리를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아버지 이야기도 하지 않고 해 그리드에 대한 험담도 늘어놓지 않고, 그렇게 시작하면 너랑 조금 더 달라졌을까.

 드레이코는 예언자 일보에서 해리가 오러 국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보았다. 드레이코는 가끔 해리를 떠올렸다. 그는 드레이코를 놓고 훨훨 날아갔다. 원래 제 것이 아니었지만 이제 그의 손이 닿지 않을듯했다. 시작도 제대로 되지 못했던 만남은 마침표도 제대로 찍지 못한 채 혼자만의 추억으로만 남아 드레이코의 안을 종종 헤집고 벌리고 그리움을 자아내 질질 끌었다. 드레이코는 다시 해리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가끔 이렇게 그의 흔적을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어차피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고 그렇다면 잊는 수밖에 없었다. 드레이코가 몰랐던 것은 계절은 반복된다는 것.

 


4.

 오러 일도 가끔 지치는 일이 있었다. 그를 찾는 이들은 많았고 마음이 상하면 술로 하루를 달래곤 했지만 론은 헤르미온느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빴기에 그는 가끔 이렇듯 혼자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애버 포스가 운영하는 작은 펍이 좋은 건 그가 해리 포터라도 신경 쓰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해리는 종종 이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흰색에 가까운 금발머리가 바 근처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해리가 알기로 그런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건 딱 둘이었다. 하나는 루시우스였고 하나는-

 "말포이?"
 "포터?"


 몇 년 만에 본 드레이코는 바뀐 것이 없었다. 그와 좋았던 적은 없었으나 그에게는 목숨을 빚진 적이 있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없었다면 이 세계는 이미 볼드모트의 것이 되어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그 많은 목숨도 의미 없는 이슬로 사라졌겠지. 드레이코는 가볍게 눈인사를 했고 해리는 약간 고민하다가 맥주를 들고 드레이코의 곁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그 때 이후로 처음이지?"

 어색한 인사, 의미 없는 안부. 그리고 이어지는 술자리. 둘은 연거푸 술만 들이마셨고 이어진 대화는 시시껄렁한 정세 얘기 뿐이었다. 드레이코는 필사적으로 화젯거리를 꺼내려고 했지만 그는 해리가 무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 몰랐으며 둘이 나눈 대화라곤 서로 싸움을 하거나 그를 모욕한 것뿐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드레이코는 해리가 지루할 거로 생각했지만 알코올로 절인 뇌는 제가 필사적으로 떠들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서 펍이 닫을 시간이 되었고 둘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여기 또 와?"
 "그래, 아마 그럴 것 같아."
 "그때 또 볼 수 있을까?"

 드레이코는 아마 제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너무 취했거나. 그 어떤 것이든 드레이코는 해리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제가 한 말을 곧바로 후회했다. 해리는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응"

 해리는 해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드레이코는 접힌 눈 사이로 간드러진 눈동자에서 여름의 푸르름을 떠올렸다. 드레이코는 조심스레 손을 올려 해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망토 가게에서도 호그와트 마지막 전투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이토록 쉬울 줄 알았더라면 그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드레이코는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봄의 눅눅함은 이제 싱그러움으로 변해있었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한 번 여름을 맞이한다. 이번엔 네가 있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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