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무더위
*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시점. 즉, 해리와 드레이코가 16살, 6학년일 때 일어난 일입니다.
* 드레이코는 ‘죽음을 먹는 자’ 가 아닙니다. 덤블도어를 죽이려고 시도하지도 않았고, 볼드모트를 보지도 않았습니다
* 집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혀버려 호그와트에 갇혀버린 상태입니다.
상황은 말도 아니게 흘러갔다. 여름의 날씨에 걸맞는 무더위 때문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모두 막혀버린 것이다.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막힌 것은 물론이요, 벽난로로 갈 수도 없었고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러 올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통로가 모두 막혀버린 것이었다. 교수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집으로 갈 준비를 하며 짐을 싸던 아이들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게 무슨 일이냐고 모두들 한 소리씩 해댔다. 개중에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며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평소 같은 나날이었다면 아마 교수님들이 모든 일을 끝내주기를 우리 모두는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일명 ‘죽음을 먹는 자’ 들이 날뛰는 시대였다.
볼드모트가 부활한 것은 물론이요, 스네이프를 더불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덤블도어 교수님이 살해당한 지금, 학교는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우는 아이들이 천지였다. 그런데 이런 마당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단 것은 이곳, 호그와트의 학생들에게는 분명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나는 조금도 아무렇지 않았다. 망할 더즐리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언제나 끔찍이도 싫었다. 나는 언제나 나의 집과도 같은 호그와트가 좋았다. 그렇기에 급행열차가 멈췄다고 하더라도 나는 정말이지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이 살해당한 이곳.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곳을 빨리 뜨고 싶었다. 계속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던 무력함. 그 무력함이 나를 미친 듯이 짓눌렀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 또한 이 호그와트를 되도록 빨리 떠나고 싶었다.
“해리!”
“-아, 론.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아냐. 네가 너무 쓸쓸해 보여서 말을 걸었지. -오, 이런. 저길 좀 봐. 또 어떤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어. 시끄러워 죽겠는데, 이제 그만 울어대면 안되는 거야?”
“오, 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저 아이가 얼마나 무서울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거니?”
“아, 알았어. 그러니 잔소리 좀 그만해.”
“잔소리라니! 이건 너의…….
또다시 론과 헤르미온느가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지쳤다, 저 둘의 싸움을 중재하는 일도. 둘이 싸우든 말든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하곤 식탁 앞에 있는 당밀 타르트를 먹기 시작했다. 아, 아까 어디까지 생각했었지. 까먹었다.
내가 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 가고 싶다며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 때문에 다시 떠올랐다. 그래, 그러니까. 나도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등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
사실 나는 내년에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기로 다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돌아가신 지금, 볼드모트가 마법사의 세계를 지배하기 전에 내가 그의 호크룩스를 모두 찾아 파괴시키겠다고, 그리고 그를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니까 하루빨리 돌아가서 어떻게, 어디서, 대체 무슨 수로 그의 호크룩스를 찾아 없애버려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건만 인생은 역시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공부라도 미리 해놔야 하나. 아니, 학교도 안 다닐 건데 공부는 왜 해.
-이런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
“…….”
하필 말포이 자식과 눈이 마주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기분이 더러워졌다. 1년 동안 나는 그를 ‘죽음을 먹는 자’라고 생각하며 계속 의심하곤 했었다. (결국은 아니란 사실에 조금, 맥이 빠지긴 했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일도 있었고. 그래서 (평소에도 껄끄러웠지만) 더욱 껄끄러워져서, 그러니까 한 마디로 더 사이가 나빠진 우리였다. 그렇기에 나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무언가가 나를 뚫어져라 보는 느낌. 왜인지 모를 느낌에 슬쩍 말포이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는데, 그가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 특유의 능글맞은 얼굴로, 입꼬리에 미소까지 올리면서. 나는 그런 그를 보자마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체 뭔데 저렇게 쳐다보지? 신종 괴롭힘인가? 내 머릿속이 온통 드레이코 말포이로 뒤덮여 혼란과 혼동의 도가니에 빠지는 와중에도, 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로.
……아, 이거 대체 뭔 상황이야.
-
우리는 오늘 급행열차를 타고 집에 가야 했기 때문에, 따로 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학교는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맘껏 놀고, 먹고, 자고. 교칙도 조금, 느슨해졌다. 물론 밤에 혼자 다니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잠시 동안만이라도 불안감을 없애고 조금 즐겨보는 것은. 설마 이 대낮에 그들이 쳐들어 올리는 없겠지. 그리 생각하고 아무 곳에나 기대어 눈을 감는 순간,
“꺄아아악-!”
‘죽음을 먹는 자’ 들이 호그와트로 쳐들어왔다.
설마는 언제나 사람을 잡았다.
-
“해리!”
“론, 네 뒤에-!”
나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왜 내가 이 한가로운 오후에 ‘죽음을 먹는 자’ 들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건지. 마치 여름답다고 할 수 있는 오늘의 날씨는 무더웠고, 점점 힘들어졌고, 나와 그들 또한 지쳐갔다.
싸움을 벌이던 와중 그들을 대충 보니 벨라트릭스 같은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그저 맛보기인가. 너희들이 집에 가는 길을 모두 막아버린 것은 우리들이며, 곧 우리는 너희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그렇게 선전포고를 하는 걸까. 그런 선전포고는 급행열차를 멈춘 다음 날이나, 그 다음 날 정도에 하는 게 아니던가? 성격도 급하군, 어둠의 마왕은.
그들은 별 떨거지 같은 놈들인지라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살짝 방심했다. 기절 주문을 날리던 와중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나는 내 뒤의 누군가를 눈치 채지 못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소리 질렀고, 나는 눈을 감았다. 곧 내게 올 것이라 예상했던 통증은 오지 않았음과 동시에 나는 눈을 뜬 뒤 내 등을 받치고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포터, 괜찮아?”
네가 왜 여기 있냐?
-
나는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드레이코 말포이가 날 구해준 거지? 1학년 때 앙숙으로 만나 무려 6년 동안 치고받고 싸우던 드레이코 말포이가 갑자기 왜? 이번 학년에 서로 사이가 좋아지는 일이 있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니, 더 나빠졌지. 스네이프가 만든 주문인 ‘섹튬셈프라’ 로 그를 다치게 했으며 1년 동안 ‘죽음을 먹는 자’라고 의심하고 미행까지 하고 다녔으니.
그러니까, 우리는 사이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근데 대체 왜? 내가 죽음을 먹는 자에게 당한 모습을 보면 말포이는 나를 비웃으며 지나간다거나, 자신의 슬리데린 친구들에게 깔깔대며 나를 조롱거리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날 구해줬다. 심지어는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 대체 어째서? 왜? 말포이는 분명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을 것이다. 누가 걸었을까, 헤르미온느? 론?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두기로 했다.
“-!”
갑자기 말포이가 얼굴을 들이밈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갑자기 왜 얼굴을 들이미는 거람. 지 얼굴 잘생겼다고 나한테 홍보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뺨을 때리라는 건가? 도저히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말포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말포이가 피식 웃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차라리 비소를 던지는 게 낫지, 저 능글맞고도 능글맞은 미소는 대체 뭐란 말인가. 후에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해주기 위해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포이의 미소에 대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마치 첫사랑에 빠져버린 남학생이 지을법한 그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는 능글거림이 40%정도 함유되어 있었다.) 말포이가. 드레이코 말포이가, 나 해리 포터를 보고.
“이봐 포터, 너 괜찮아?”
“……어?”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병동까지 데려다줘?”
“어? 아니, 그럴 필요는 없-!”
“데려다줄게.”
아니 필요 없다고! 마음속으로 마구 소리를 질러댔으나 말포이에게 들릴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세는 또 뭔가. 말포이는 어느새 나를 1인 안기 운송법,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고 있었다. 나는 절대로 병동에 갈 생각이 없었다. 특히 말포이에게 이런 자세로 안겨 이렇게 병동에 갈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내려달라고 말했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살려줘.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둘은 이미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도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간 것 같았다. 아, 제발. 아무나 나 좀 도와줘. 지금 나는 두들리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
“많이 아파?”
“아니, 하나도 안 아파. 왜냐하면, 다친 데도 없거든.”
“그래도 피곤할 텐데 좀 쉬어.”
“아니, 괜찮아. 나 정말 쌩쌩해. 건강해.”
“많이 피곤하지? 조금 자 둬.”
“너 내 말 안 듣고 있지?”
나는 지금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에 놓였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아프지도 않은 나를 간호하고 있다. 심지어는, 매우 열심히, 정성스럽게 나를 간호하고 있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1. 나는 조금도 아프지 않다. 매우 쌩쌩하다.
2. 나와 드레이코 말포이는 앙숙이다. 6년 동안 치고받고 싸우고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앙숙이다.
3. 그런데 지금 드레이코 말포이는 나를 너무나도 열심히 간호해주고 있다. 나를 눕히고, 머리에 손수건도 올려주고 연고와 붕대도 가져왔다. 전혀 쓸데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4. 드레이코 말포이는 지금 내 말을 조금도 듣지 않는다. 조금 더 있으면 나는 아마 화병으로 몸져누울 것이다.
“저기, 말포이.”
“드레이코라고 불러.”
“말포,”
“드레이코.”
“……드레이코.”
“응, 왜?”
그제야 말포이, 아니 드레이코는 생긋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조금 예뻐 보여서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6년 동안 싫어하던 사이라 그런지 늘 좋은 점은 안 보이고 나쁜 점만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퍽 잘생겼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가 미소년이라는 것은. 내가 그를 싫어하며 지냈기 때문에 모르는 척 넘어갔던 것이지.
지금은? 지금도 싫어한다. -음, 아니, 글쎄. 지금도 그를 싫어할까? 지금은 딱히, 아닌데. 여전히 멍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그의 백금발 머리가 빛나는 것 같았다. 그는 미소년이라는 것이 더 확실하게 내게 다가왔다. 평소에는 이렇게 가깝게 서로의 얼굴을 볼 일이 없었기에 조금 더 자세히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잘생겼다. 정말로.
아무 의미 없이 멍하니 그리 생각하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니, 이번에는 드레이코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특히 내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엄마를 닮았다는, 나의 눈. 나의 녹안을 그는.
나는 내가 그다지 퍽 잘생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내 얼굴을 저리 뚫어져라 쳐다볼 이유도 없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왜 자꾸 쳐다보지. 아까 내 시선이 거슬렸나, 그래서 똑같이 따라 하는 건가. 나 또한 그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의 눈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오, 멀린. 더 이상 이런 시간을 계속 가졌다가는 무언가가 터져버릴 것 같아 내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그 시간을 마무리 지었다.
“해리.”
“어?”
“왜 눈 돌려.”
“……응?”
“내가 너한테 대답한 뒤부터 내 얼굴 계속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나도 네 얼굴 계속 봤고. 그러다가 서로 눈 마주쳐서, 쭉 보고 있었잖아, 우리.”
“…….”
“근데 왜 갑자기 얼굴 돌려.”
“부담스러워서.”
“뭐가, 우리 둘이 눈 마주치는 게?”
“응.”“뭐가 부담스러워, 난 좋은데.”
“……으응?!”
“뭘 그리 놀라? 몰랐는데, 너 놀라는 표정도 꽤 귀엽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드레이코 말포이가 맞을까, 하는 정도로 그는 무척이나 능글맞은 대사를 내게 던지고 있었다. 아니,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지. 지금 나한테 저런 대사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날 그리도 미워하고 싫어하던 드레이코 말포이가.
나는 어느새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있었다. 아, 미칠 것 같다. 드레이코가 싫어서도 아니고, 짜증나서도 아니고, 너무 설레어서. 대체 내가 왜 6년 지기 앙숙에게 설레는 걸까. 그 질문의 해답에 대해서 나는 조금도 알 수 없었다. 허나 지금 내 감정은 진심이었다. 나는 정말로 그에게 설레고 있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쨌든.
“오늘 너무 덥지 않아, 포터?”
“……응, 그렇네. 여기도 좀, 더운 것 같고.”
“근데 나는, 조금 다른 이유 때문에 더운 것 같기도 한데. 너는?”
“……나도, 더워. 오늘따라 덥기도 하고, 또, 무언가 때문에 더운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더워져갔고,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으며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역시 오늘이 더워서 일까. 응, 분명 그럴 테지.
“내가 더운 이유가 뭔지 나는 알 것 같아. 네가 더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뭔데?”“너 때문이야, 포터. 네가 지금,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내 앞에 이렇게 있으니까. 너무 떨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너무 설레고. 그래서 이렇게 더운 것 같아.”
“…….”
“너는?”
“…….”
“너는 뭐 때문에, 그렇게 더워? 얼굴이 그렇게 새빨간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
“말해줘, 해리.”
“나는…….”
나는 쭉, 내가 이리도 더운 이유가 오늘 날씨가 무척이나 덥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여름이 되어버린 지금, 그와 함께 찾아온 무더위. 그 무더위와 함께 조금의 소동을 벌인데다가 이 밀폐된 공간의 공기가 나를 이리도 덥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허나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오늘의 날씨 탓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지금 내 앞에 있는 드레이코 말포이. 그로 인해서 설레고, 떨리고, 두근거리고. 마치 그가 나 때문에 설렌다며 말했던 이유처럼 나 또한.
나는 지금 미친 듯한 더위에 죽을 것만 같았다. 이것은 날씨가 덥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에 의해 서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그는 태양처럼 이곳의 온도를 덥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온도에 녹아내려갔다.
“너 때문에.”
“…….”
“너한테 설레고, 너 때문에 떨리고, 두근거리고, 그래서…….”
“…….”
“그래서 더워.”
나는 지금 내가 뭐라 말하는지 조금도 종잡을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과 내가 만약 제정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제대로 미쳐버린 더위에 이미 정신을 놓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태양이 내게 다가오는 것 또한 막지 않았다.
말포이, 그러니까 드레이코의 입술이 내 입술과 맞물렸다. 그의 입술이, 혀가 닿은 곳마다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그를 밀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밀어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의 혀가 내 입안을 맴돌았고, 곧 내 입안은 뜨거워졌다. 뜨거워지고, 뜨거워져서, 다시는 식히지 못할 만큼, 그렇게.
-
오늘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게다가 병동 안은 ‘무언가’ 때문에 더 더운 것만 같았다. 미친 듯한 더위에 나는 지쳤고, 힘들어졌다. 정신도 약간, 오락가락 해지게 되었고. 그러니까, 분명 그래서일 것이다. 지금 내게 벌어지는 상황은, 지금 나와 그가 저지르는 행동은, 덥기 때문에 일어나는 그런 일이라고. 그런 것일 뿐이라고 나는 애써 날씨 탓을 했다.
사실은 그게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