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자각(自覺) 

* 유혈주의

* 뱀파이어AU + 상상력기반의 세계관으로 드레해리

 15세기 무렵, 영국에는 특별한 힘을 가진 자들과 아닌 자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힘을 갖은 자들은 자신들을 ‘마법사’라고 불렀고, 아닌 자들을 ‘머글’이라 불렀다. 마법사들의 사이에는 또 ‘순수혈통’과 ‘혼혈’이 존재하였고, 그 중 ‘순수혈통’에게만 발현하는 또 하나의 능력이 있었다. 특출 나게 강한 힘과 늙지 않는 외모, 끈질긴 생명력까지. 다만 문제라 함은 이들의 주식이 ‘피’라는 데에 있었다. 이것이 알려졌을 때 마법사들은 지레 겁을 먹었다지만, 이들에게 식사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달에 한 번 머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피를 얻어와 배가 부를 정도로만 식사를 했다. 이것은 왕의 명령이라고 했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금발이 나타났으며 그것은 달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이 난다고 한다.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특징인 금발을 사랑했고, 스스로를 칭하기를 ‘달의 아이’라 하였다. 그들이 다른 마법사들의 위에 존재하는 이들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공존과 평화를 원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달랐다. 몇몇의 마법사들은 그들의 존재를 불안하게만 생각했다. 언제 그들이 합동해 자신들을 멸할지 몰랐고, 대들었다가는 영면을 면치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불안 속에서 한 마법사의 선동이 일어났다. “그들에겐 왕이 있다고 했어요! 왕을 죽입시다!” “웃기지 마시오! 죽이기는커녕 죽임을 당할 것이오!” 그들의 의견은 엇갈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의 사이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소년은 아주 마음이 여리고 사람을 좋아합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견은 하나의 주문으로 통일되었다. “임페리우스 저주(The Imperius Curse)” 그들은 결국 그들의 왕이라 불리우는 소년에게 저주를 걸어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었다. 왕에게는 그들을 복종시키는 능력이 있었기에 이 전쟁의 결과는 뻔했다. 왕은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죽기를 명했고 왕을 사랑했던 그들은 스스로 영면에 들었다. 그들 모두가 죽어버리고 왕은 그들을 숲으로써 부활시켰으며, 그의 순수함이라는 ‘죄’는 붉고 아름다웠던 눈을 그 숲의 색으로 물들임으로써 용서받았다. 이후 왕은 자신이 사랑하는 숲에 숨어버렸다. 마법사들은 그의 죽음을 확신했다.

 이렇게 그들, ‘달의 아이’는 한 번 ‘멸(滅)’했다. 머글 들은 피를 사가는 이들을 흡혈귀라고 부르는 듯 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로부터 약 400년이 지나고, 이들이 부활을 했음을 알리는 달무리의 황현이 세상에 알려짐으로서 맞이한다.

이들은, 달의 아이. 하지만 현대에서 붙여진 이름은 ‘뱀파이어’라고 한다.

 

 

*자각(自覺)

 

 

 드레이코 말포이는 긍지 높은 말포이 가문의 하나뿐인 외동아들이자 현재 극소수 존재하는 뱀파이어의 힘이 발현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의 양친은 그런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셨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계심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매 보름마다 머글 들의 피를 마시길 거부하는 그를 마땅찮게 생각하셨지만 그것도 각성의 시기가 오면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레이코는 머글 들의 피를 원하지 않았다. 변명으로는 “더러운 머글 들의 피를 마시라니요! 차라리 굶겠습니다.” 라는 둥의 말을 했지만 사실은 허가 없이 그들의 피를 마시는 것은 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물론 그도 배가 고팠고, 피를 원했지만 마음과 피가 그것은 안되는 일이라며 그를 말렸다. 일이 이렇게 되니 드레이코로서는 참는 데에 도가 틀수밖에 없었다. 그랬는데 그가 열다섯이 되는 해의 여름이었다.

 

 “...더위를 먹었나.”

 

 몇 달 전 부터 느끼던 점점 현기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런 현기증이 아닌, 피가 들끓는 와중에 정신이 피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충돌에 의한 것이었다. 뿐만이 아니라, 생채기라도 눈에 들어오거든, 굶주린 짐승이 다리를 다친 사냥감을 보는 것 마냥 몇 년의 공복이 제대로 느껴지고는 했다. 이게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각성이라면,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닐 터였다. 그리고 가장 굴욕적인 것은 다름이 아닌 해리였다. 녀석은 뭔가를 아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마를 짚어주고는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잠시나마 갈증이 씻은 듯이 해결되었다. 그리고는 어떤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묻기도 전에 녀석은 등을 획 돌라곤 가버렸다. 그것이 드레이코에겐 꽤나 큰 스트레스였다. 그 일을 생각하니 열이 올라 그는 괜히 방에 있는 소파를 걷어찼다.

 

 “빌어먹을 포터. 왜 도와주고 난리야?!”

 

 녀석과 자신은 친해질 라야 그럴 수 없는 선악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것은 호그와트의 모두가 알고 있었고, 본인들이 가장 잘 알 터였다. 그런데, 이런 도움이나 받고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등을 돌려버리니 녀석이 무슨 생각인지 그로서는 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상태로 어제 방학을 맞았으니 이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리라. 잠시 흥분해 씩씩거리니 아니나 다를까 몰려오는 이 현기증이 드레이코를 강제로 진정시켰다.

 

 “윽..”

 

 결국 그는 화를 내던 것을 그만두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래, 인정하지. 사실 자신이 지금 이리도 화가 나있는 것은, 녀석의 그 애매한 도움 때문이 아니라 이제 방학 동안은 자신의 갈증을 식혀줄 녀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에 있었다. 물론 그의 애매한 태도에 화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 그의 도움이 주는 효과가 컸기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드레이코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호그와트의 여름방학, 이전이라면 마법연구라던가 수준이 낮은 것들의 얼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이번 방학이 가지고 올 것은 자신의 각성과 빌어먹을 두통뿐이었다.

 

 “...하아.”

 

 또한 호그와트의 방학의 시작은 자신의 인내심이 가장 약해지는 계절,

 여름이 시작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해리는 자신의 침대에 앉아 입술을 잘근 씹었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달의 아이’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것 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왜 그가 아직도 각성을 하지 않았느냐에 있었다. 일반적인 각성은 7살이며, 15살 즈음이면 이미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뱀파이어들의 문양이 나타나지 않았다. 각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두 가지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본인이 억누르고 충분한 피를 섭취하지 않는 것이고, 둘은 각성을 실패하고 죽을 때 뿐 이었다. 녀석은 멀쩡히 살아있으니 가능성은 전자에 있었다. 어찌 보면 본인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지만 그의 각성은 해리의 심정을 복잡하게 하기 에 충분한 일이었다. 나는 피를 거부하는 뱀파이어는 본적이 없어. 해리는 자기 자신이 세간의 ‘뱀파이어’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날을 아는 이들의 한해서 ‘달의 아이’라고 불리 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특징이라던 금발이 나타나지 않는 다던가, 피가 그리 고프지 않다 던 가의 이변이 그의 정체를 숨겨주었다.

 

 “아직 론이나 헤르미온느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리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앞으로의 미래에 있을 불길함을 공유하기에는 그의 죄책감이 너무도 컸다. 그랬기에 드레이코에게 끌린 것 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같은 미래를 공유할 존재라는 것에 끌린 것일 테지. 피를 섭취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뱀파이어 이면서도, 보름에 머글 사냥을 나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머글 사냥은 뱀파이어들의 폭주를 막기 위해 마법부에서 허가를 내린 보름의 밤을 이야기한다. 죽지 않을 정도의 피만 마신다던가, 기억을 지워야 한다는 것 이외에고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이성을 놓은 그들이 이러한 제약을 제대로 지킬 리가 만무했다. 그들은 그날 밤 만큼은 짐승이나 다름없이 거리를 헤치고 다녔다. 해리는 그 광경을 딱 두 번 보았지만 둘 다 끔찍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자신과 같은 종족이지만,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공복’. 잘은 모르겠지만 그들에겐 피가 그런 존재인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녀석이 그걸 참다니?

 

 “나와 같은 경우는 아닌 것 같아보였는데.”

 

 드레이코는 전형적인 금발의 뱀파이어였다. 자신과 같은 경우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듯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욕망을 억눌렀다. 해리는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몰랐기에 처음에는 그저 힘을 내세워 괜한 허세나 부리지 말아줬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작년, 아주 늦은 밤에 혼자 방을 나와 금지된 숲으로 가는 녀석을 본 적이 있었다.

 

 수상하기에 그지없는 모습이었고, 그것을 우연찮게 발견한 나는 정의의 히어로 흉내를 내는 것 마냥 호기심에 젖어 지팡이와 투명 망토를 챙겨들고 녀석을 쫒았다. 그리고 재빠른 녀석을 쫒기 위해 나는 능력까지 개방해 시야를 확보했다. 몇 분 후 발견된 녀석은 금지된 숲의 한 가운데에서 피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아..’

 

 처음에는 누군가의 피를 먹은 것인가 싶어 충격을 받았으나, 후에 보니 주위에는 그와 자신 뿐 이었고, 고통을 억누르는 듯 한 신음에 그 피가 그의 것임을 알았다.

 

 ‘...세상에..’

 

 나는 자신의 손목을 베고 그 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에 어딘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눈부신 달빛과는 대조적으로 달빛을 머금은 머리카락을 피로 적신 그가 천천히 기울어지는 동안 허공을 향해 한 말을 기억한다.

 

 ‘나의.. 태양..이시여.’

 그것을 끝으로 그는 반수면 상태에 들었다. 피를 너무 흘린 탓이었다. 모든 것을 목격한 내가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내고 내 피를 조금 먹이기까지엔 몇 초 이상이 필요치 않았다. 나는 그에게 다섯 방울의 피를 먹이면서 그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태양.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인식했던 다섯 살 때의 생일처럼.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러한 생각을 잇는 동안 그의 손목은 특유의 재생으로 인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갔고, 그의 체력 또한 빠르게 복구되고 있었다.

 ‘피가 고픈걸 알았지만..굉장하군.’

 처음에는 그저 피를 힘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그의 회복과 상태가 이상했다. 오, 멀린이시여.. 혹시나 싶어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대니 아니나 다를까 평균치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경우는 딱 한번 보았다. 피를 거부하던 뱀파이어가 결국 처음으로 누군가의 피로 목을 축인 뒤 그 쾌락을 잊지 못하고 일어난

 ‘폭주.’

 원하던 피로 목을 축인 그는 지금 흡혈의 쾌락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망했네.’

 나는 폭주하는 드레이코를 막을 수 없다. 이전의 그 뱀파이어는 내가 그의 손에 깊은 상처를 얻을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동료애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그만큼의 충격을 받으면 멈추는 것 같았다. 두 번의 경우가 모두 그러했으니까. 결국 나는 그쯤에서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가 깨기를 기다렸다. 아픈 것도, 이런 녀석에게 당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그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크윽..’

 마음을 다잡고 녀석을 내려 보니 드레이코의 눈이 붉게 충혈 된 채로 떠지고 있었다. 급한 대로 녀석에게 눈을 맞추며 어깨를 흔들어보았다.

 ‘야, 말포이!’

 녀석은 내 고함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괴로운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보기에도 괴로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 어깨를 강하게 잡아 고정시킨 채로 이마를 세게 박았다. 머리를 찡하게 울리는 고통에 순간이나마 이성을 붙들은 드레이코는 막혀있던 숨을 몰아쉬면서 초점을 잡았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그를 크게 불렀다.

 ‘정신 차려, 드레이코 말포이!’

 ‘..포..터..?’

 놀란 듯 눈을 부릅뜬 녀석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서 벗어나려 했으나 다시금 진행되는 폭주에 이를 악물었다.

 ‘크흑..얼른 놓고..헉, 꺼져!’

 그는 나를 강하게 밀쳐내곤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러 나를 다시 한 번 튕겨내었다. 얼떨결에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게 된 것이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보다도 녀석의 눈에 고인 눈물이 신경 쓰였다. 상처받은 거야. 자신의 호의라고 생각했던 일이 외려 그를 상처 입힌 것이었다. 아, 기분 더럽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곤 투명망토를 집어 들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말로 알지 못했다.

 ‘...그래도 폭주가 시작된 이상 녀석은 막아야..’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모든 피가 차갑게 식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주위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설마...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히 갈 수록 선명하지는 기운의 충돌에 나는 주먹을 쥐었다. 저것은 속박이었다. 지금, 그는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는 데에 온 힘을 쏟아붇고 있었다.

본 적이 없던 일이었다.

 ‘헉..허억..’

 ‘...!!’

 그리고 얼마안가 스스로 폭주를 멈췄다. 본능을 밀어내었다. 그것의 반동으로 완전히 기절해 버렸지만 그는 피를 거부했다. 나는 힘없이 축 처진 그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내려보다 이내 옅게 미소지었다. 대단해. 그리고 그의 옆에 앉아 증혈을 하기위해 그의 목을 물었다. 얼굴에 어느 정도 혈색이 돌자 나는 입을 떼곤 소매로 거칠게 닦아냈다. 그리고 그의 기억을 지우고, 주위로 결계마법을 두른 뒤 망설임 없이 그 자리를 떴다. 그런 와중에도 이 흥미만은 어떻게 할 수 잇는것이 아닌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달의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태양이었다.

*

 갈증을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드레이코는 이미 그 수치를 오래전에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그 카운트는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널직한 방 안에서 홀로 눈을 감은 채 꿈쩍 않던 드레이코는 더위를 식혀줄 마법을 사용하고 싶지만 현재의 자신의 정신력으로는 불을 꺼내올 것만 같아 그만두고 그저 묵묵히 참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벌떡 일어나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바다로 갈 참이었다. 아무도 오지 못하는 결계가 쳐진 자신의 구역이었다. 순간이동 마법은 아직 불법이지만 자신의 경우는 예외였다. 나를 다스리기 위함이라 미리 허락을 받아 둔 참이었으니. 공간의 비틀림에 빨려 들어가는가 싶은 느낌이 잠깐 들고 정신을 차리니 그의 눈 앞 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짠 내와 바다로부터의 차가운 바람은 머리위로 내리쬐는 햇볕과는 대조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 햇빛마저도 조금 있으면 가라앉을 때이기에 그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나뿐인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란, 이루 말하기 힘든 안정을 선사했다.

 “..말포이?”

 “...?!”

 하지만 그 안정도 얼마 가지 못했다. 똑똑히 들린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이 아는 한 한 사람뿐이었다. 드레이코는 휴식을 방해받은 것이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았다.

 “..니가 왜 여기에..!!”

 그는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종족이라는 말이었다. 뱀파이어만을 허용하는 결계, 드레이코가 만든 것이었다. 놀라긴 했지만 이미 자신의 두통완화라던가, 그의 어투 등에서 어느 정도는 짐작했던 일이기에 최대한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조사해봐야겠어. 드레이코는 머릿속으로 하나의 할 일을 추가한 뒤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해리는 편한 옷차림으로 모래위에 앉아 자신을 불퉁하니 입을 열었다. 이게 니네 집이냐? 드레이코는 결계에 대해 말하려다 말고 이내 귀찮아져 입을 다물었다. 빌어먹을 포터. 속으로 욕을 삼킨 그는 해리를 한 번 쏘아보고는 더 이상 잇을 이유가 없어 돌아가기 위해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익스펠리아르무스!”

 손에 작은 충격이 일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지팡이가 허공을 달려 해리의 손으로 넘어갔다. 잠깐의 정적 이후 드레이코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시비냐?”

 “어..아니, 너 안색이 심각한데 지금 순간이동이라도 했다간..몸이 시공간에서 뿔뿔히..”

 드레이코는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맞는 말이었다. 단거리라면 몰라도 장거리의 순간이동은 체력은 체력대로 잡아먹고 몸은 몸대로 무리를 준다. 그 증거로 지금 드레이코는 해리에게 달려가 지팡이를 뺏을 체력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그래서 네 녀석이랑 수다라도 떨자는 건가?”

 “음..나쁘지 않지.”

 뜻밖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것은 드레이코의 쪽이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그를 보았다. 해리역시 녹색의 눈을 그에게 맞추었다. 이상한데. 지금의 해리는 어딘가가 유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낯설긴 했지만 그것이 결코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드레이코는 생각을 밀어내곤 그의 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같이 놀아주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포터.”

 “허, 어련하시겠어.”

 오히려, 반가운 쪽에 속했다.

*

 둘은 꽤나 오래도록 대화를 나눴다. 기껏 해봐야 학교테스트의 결과라던가 마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둘 사이에서 가족 등의 가정사와 관련된 것은 무언의 금약이었다. 둘은 그 벽이 아주 다행스러웠고, 그랬기에 편안했다. 어느 덧 해도 뉘엿뉘엿 져갈 때 쯤 드레이코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회복되었음을 알았다. 해리역시 이 이상 있으면 그의 이모부라는 머글 에게 혼이 날 것이라며 일어났다.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라고 한다면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 아쉬웠다. 자신이 누군가와 이렇게 편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던가. 해리는 그런 자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지를 털면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었다.

 “오늘은 놀아줘서 고맙다. 학교에서도 이러면 좀 좋아?”

 “...가려고?”

 “그럼, 여기서 살아? 나 혼난다니까.”

 시간을 확인하는 그의 모습에 휴식이 끝났음을 알았다. 그래서일까 잠잠하던 두통이 다시금 찾아왔다. 드레이코는 지팡이를 꺼내드는 그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손목을 잡고는 말했다.

 “...그건..무슨 마법이지?”

 해리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눈을 꿈뻑이면서 되물었다. 그거라니? 드레이코는 잠시 주저하다가 머리를 울리는 통증에 빠르게 말했다. 내 두통을 완화시킴 마법. 해리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짓고는 드레이코의 안색을 살폈다. 무리한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창백한 모습에 옅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짚었다. 공포효과랄까, 해리의 손이 닿는 것이 느껴지자 벌써부터 통증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드레이코가 얌전히 눈을 감는 것을 눈에 담은 해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능을 억눌러라.]

 그의 목소리가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서 울렸나 싶을 때 쯤 머릿속의 통증이 먹구름이 흘러가는 것 마냥 빠르게 걷히며 그는 이전보다도 더 나아진 자신의 상태를 실감했다. 하지만 문제는 맑아진 머리와 개운한 몸이 아니었다.

 “.....이게 끝이라고..? 마법이 아닌 그저 말 한마디잖아!!”

 “아, 깜짝이야. 왜 소릴 지르고 난리야?!”

 드레이코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씩씩거렸다. 분명 마법이리라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드레이코는 해리를 향해 조금은 다급히 물었다.

 “너, 뱀파이어야?”

 “..조금 다르지.”

 “...?”

 “난 너처럼 금발도 아니고, 피가 고프지도 않으니까.”

 “....그럼 대체 뭐란 말이야!”

 이젠 짐작마저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해리는 패닉에 빠진 그에게 이전부터 계속 생각하던 말을 내뱉었다.

 “넌 어째서 각성을 미루는 거야?”

 “..무슨 소리야?”

 “모르는 척 하지 마. 너 그대로 버티면 곧 죽을지도 모르는 거 알고 있지?”

 해리는 자신의 짐작으로 미루어 보건데 녀석은 필시 이 고통의 완화로 버텨보려 했을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가설은 맞아 떨어졌는지 녀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네 말대로 이건 마법이 아니야. 하물며 너를 나아지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

 “이건 임시방편이야. 물론 너는 이것마저도 쓸 수 없을테지만.”

 드레이코는 마지막 희망을 놓아버린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라고 이렇게 지내고 싶을것은 기필코 아니었다. 다만, 다만..

 “..를.. 거부해.”

 “뭐? 크게 좀 말해봐.”

 “...피를 거부한다고. 내가.”

 “.....”

 해리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거야, 이건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가 피를 거부한다고만 줄곧 생각해 왔었지 본능에 의한 거부라면... 일순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해리는 입을 열었다.

 “허락을 구해.”

 해리는 그저 떠오르는 대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자각도 못한 채로.

 “허락을 받는다면, 용서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 해리는 사라졌다. 드레이코는 부릅뜬 눈으로 그가 있던 자리를 훑었다. 시선의 끝으로는 마치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바람만이 지나갔다. 다만, 그의 발자국만이 그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듯 했다.

 “저 혼자만 알고 가면 어쩌자는 거야...?”

 방학의 첫 날, 그에게는 혼란만이 남았다.

*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드레이코는 아버지의 부름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 허공에 마저 자리하고 있는 책장에 꽂힌 수백 가지의 책들 중에서 자신이 찾는 것을 찾기 위해 드레이코는 지팡이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리고 곧 서재의 가장 안 쪽 부근에서 백년은 족히 유지된 것 같은 모양의 책이 한 권 손에 날아 들어왔다.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알려 주실 때 어머니는 이 책을 읽고 계셨다. 드레이코는 곧장 책에 지팡이를 대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촤라락- 소리를 내며 급히 넘어가던 페이지는 멈추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를 맞이했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법 따윈 나와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포터..”

 그 녀석이랑 있을 때는 몸이 먼저 긴장을 했다. 처음에는 그저 낯설어서 일거야, 후에는 보면 짜증이 나서 그럴 거야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긴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이 긴장은 자신의 우위에 있는 존재를 향한 경의와도 같은 것이었다. 드레이코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중얼거렸다. 그렇다면..그렇다면 녀석은..

 “...!!헉..”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의 끝은 이어지지 못하고 급히 마무리 지어졌다. 둔탁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과도 같은 극심한 통증이 그 원인이었다. 드레이코는 자신을 찾아 직접 내려온 아버지의 눈이 부릅떠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채로 강제 가수면(고통을 동반한 의식은 그에게 깊은 잠을 허락지 않았다.)에 들었다. 그런 드레이코의 어깨에 붉은색의 문양이 꽃을 피우듯 자리하려 하고 있었다. 고열과 통증을 견디기 위해 끊임없이 피를 취하게 해 줘야 하는 밤의 지속.

 드레이코는 각성을 맞이했다.

*

 침대에 누워 자신이 했던 말들과 알게 된 일들에 대해 정리를 하던 해리는 문득 누군가의 각성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허, 빨리도 시작했네.”

 거부한다느니 어쩌느니 그러더니 바로 시작한 건가? 해리는 눈을 감고 곧 머릿속에 들어올 과거에 집중하기로 했다. 해리의 깨달음은 본능에 가깝다고 해도 좋았다. 꿈을 꾸듯이 누군가가 각성을 이룰 때마다 그들의 과거 기억이 해리에게 스며들고는 했다. 그들의 기억들이 뭉쳐지고 나면 그것이 후에 해리의 기억이 될 터이지만, 아직은 많이 모자랐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드레이코의 기억일 터이지. 해리는 웅웅 울리는 귓가와 머릿속에 집중했다. 그리고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기억들의 중심에 있는 누군가를 살폈다.

 “...나..잖아..?”

 눈은 분명 붉었지만 그는 분명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옆에는 조금 성숙해진 듯한 드레이코가 있었다. 자신과 관련된 기억임에는 확실했다. 기억은 빠르게 흘러 한 상황을 비추었다.

 [지금 가면 죽어.]

 [..아닐 수도 있어.]

 [저들은 널 이용할 거야.]

 [하아...네 예언으로 부정적인 것은 보지 말라고 했어.]

 [...! 하지만!]

 [나는 평화를 원해. 우린 그들의 위가 아니야.]

 ‘나’는 빠르게 그의 곁을 벗어나 어딘가로 향했고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을 탓하였다. 드레이코에게 예언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적잖게 놀랐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장소는 빠르게 흘러, 이번에는 전쟁과도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초점을 잃은 채로 마법사들의 편에 서 있었다.

 [왕이시여!!]

 [무사하셨습니까, 태양이시여!]

 여러 뱀파이어들이 반색하며 물었으나, ‘나’는 대답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저 괴로운 표정으로 뒤에 있는 마법사의 지시를 따라 입을 열 뿐이었다. 저주임에 틀림없었다.

 [...달은 저물거라.]

 [....!! 그게 무슨..!!]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보았고 곧 저주의 근원인 자를 파악해 낸듯 보였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것 보다 명령이 앞섰기에 그들은 스스로의 생명을 꺼뜨렸다. ‘그’만을 제외하고. 어째서인지 모두가 쓰러지는 동안 ‘그’만은 자유로이 움직였다. 명령을 거부한 대가로 그의 몸 곳곳에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그들의 사이에서 ‘나’를 빼내는 것 까지 성공했고, ‘나’를 품에 안은 채로 안심하는 듯한 ‘그’의 표정은 이제 시전자로부터 멀리 벗어나기만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착각이었다.

 [....?]

 마법사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반면에, 자신들은 왕의 명에 따라 그들을 죽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왕은 저주에 걸려있었지. 살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그’가 쓰러졌다. 그리고 저주 또한 풀렸다.

 [...하아..죽는다고..쿨럭, 그랬잖아.]

 [...말..하지 마..]

 [..싫은데.]

 ‘그’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부드럽기 그지없는 손길은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 손길이 너무도 애잔해서, 슬퍼서 나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다음에 보자.]

 마지막 기억이 스며들었다.

 “...그래.”

 태양이 ‘자각’을 마쳤다.

*

 

 드레이코는 정신을 놓았다가 차렸다가를 반복하다가 이젠 거의 기력이 딸려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족들이 머글 들과 하인들을 잡아다 그의 앞에 바쳐도 그는 두려움에 젖은 그들의 눈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젓거나 필요 없다며 고함을 칠 뿐 결코 입을 대지 않았다. 이쯤 되니 그의 양친역시 그가 곧 죽으리라고 밖에 예상 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해리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투명 망토를 벗었다. 방 안은 그의 영향인지 계절의 영향인지 심하리만치 뜨거웠다. 방 안을 환기시킬 겸 창문을 열던 해리는 창을 통해 들어선 달빛이 드레이코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리게 보았다. 그리곤 달빛을 따라가 가만히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죽은 듯이 누워서 처자는 주제에 뭘 그렇게 힘들어 하냐? 그는 잠을 자는 와중에도 간간히 끓는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상태를 보니 외려 아직까지 살아줘서 고마울 뿐이었다. 드레이코가 이렇게 광적으로 태양의 명령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마지막 명령에 대한 불복종의 죄책감일 터였다.

 “야, 말포이.”

 “....”

 “일어나, 밥 주러 왔다.”

 “....”

 해리는 반응이 없는 그의 볼을 꾹 눌렀다가 떼보며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는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눈 떠. 드레이코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곧바로 괴로운 듯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는 발작하듯이 안 된다는 말만을 반복하면서 몸을 웅크렸다. 한계일 테지. 해리는 그런 그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그 말에 드레이코는 움찔 거리다가 떨리는 눈으로 해리를 보았다. 해리는 약간 개구지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뭘 유령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야? 내 피를 줄게.”

 해리는 그의 입가에 왼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목을 물리면 나라도 한동안은 힘들거든. 드레이코는 떨리는 손으로 그런 해리의 손을 가만히 잡은 채로 감사의 인사 대신 손등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대신 이후에 너는 내 소유야.”

 해리의 말이 마쳐지기가 무섭게 왼팔에 고통이 일었다.

 아주 늦은 새벽 드레이코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천천히 밀어냈다. 이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아마도 어딘가의 숲일 터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공기를 들아 쉬니 맑은 것이 나쁘지 않았다.

 “...?”

 그런데 상태가 이상했다. 이전에 잠깐 정신을 차릴 때와는 확연히 다른 기분. 아, 설마 그것마저 기억이란 말이야? 자신의 뒤에서 스멀스멀 내려앉고 있는 피의 달콤한 향기가 그의 단편적인 기억의 증거였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꿈을 통해 전생의 기억을 되짚고 달의 아이로서의 자각을 하는 것. 각성을 마친 것이었다. 드레이코는 다시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인상을 쓰고는 소리의 출처를 따라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있는 소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잘 잤냐?”

 해리였다. 아니, 그라는 것은 상황을 미루어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너..눈이..?”

 붉은 색이었다. 해리는 씩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원래의 내 색이잖아. 드레이코는 설명을 더 필요로 하는 눈치였기에 해리는 볼을 긁적이다가 말을 이었다.

 “한 번, 너희를 숲으로서 부활시켰었어. 그런 너희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기에 나한테 저주를 내렸었거든.”

 “....”

 “아무래도 이제야 용서를 받은 모양이지.”

 그는 말을 마치고 드레이코의 어깨를 가리켰다. 달의 문양을 둘러싼 태양이 있었다.

 “지금 우리의 입장이 꽤나 난처한 것 같지?”

 드레이코의 기억을 통해 예언을 본 것 이었다. 자금의 마법부에서 다시금 폭풍이 몰아 칠 것이라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는 그리 착하지만은 않았다. 그것을 알아챈 드레이코는 짐짓 뚱하니 대답했다.

 “....그런가보지.”

 “나는 네 힘이 필요해.”

 드레이코는 불만을 담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전에 할 말이 있지 않아? 해리는 움찔거리다가 시선을 도륵-굴렸다. 그리곤 이내 작게 내뱉었다.

 “...미..미안해.. 정말로.”

 “그거면 됐어, 빌어먹을 포터.”

 드레이코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너덜너덜하고 피로 얼룩진 옷을 단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바람 빠진 것 마냥 픽 웃었다.

 “매일 하던 건데, 지금은 왜 자존심 상하지?”

 “응? 뭘 말이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해리를 보며 알거 없다고 말 한 뒤 숨을 가다듬었다. 사실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다시 이 순간을 맞이했다는 것이. 드레이코는 그의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곤 왼쪽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의 태양이시여.”

 해리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따뜻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응.”

 여름의 새벽하늘에 달무리가 내렸다. 그런 달의 뒤로는 해가 뜨고 있었다.

 누군가는 낮이 긴 여름의 ‘달의 아이’는 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름은 태양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지는 계절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여름 새벽에 내리는 달무리 속에서 마치게 된다. 녹색의 태양이 제 색을 되찾은 날의 이야기였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