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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초반이 되자 호그와트에는 여름이 온다는 걸 알리듯 하늘에서 장맛비가 터져 나왔다. 해리는 천둥 번개도 동반한 비가 얄미웠다.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저렇게 울고 있나, 옆에는 천둥도 번개도 함께 있는데. 뒤에는 해도, 별도, 달도 있으면서 왜 저렇게 서럽게 우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해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무것도 없었다. 빗살을 곧이 곧 내로 맞고 있는 큰 창문과 저를 감싸주던 몇몇 개의 쿠션들만 있을 뿐 생물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커다란 방의 문을 열고 나왔다. 해리가 나오자 문이 저절로 사라진다. 덤블도어 군대를 운영할 때에 쓰던 필요의 방이었다. 해리는 그곳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는데, 수업에 늦어 지름길로 지나가다가 얼떨결에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깨닫고 그 뒤로 자주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아-"


 텅 빈 복도에 해리의 한숨이 떠올랐다가 내려앉았다. 요즘 들어 해리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말포이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말포이가 평소처럼 시비를 걸어오지 않음에 의문을 가진 것이었다. 그 당시엔 쟤가 드디어 철이라도 들었나? 하는 마음이 반, 어디 아픈가?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말포이가 점점 이상해짐을 느꼈다. 그가 변하고 있었다. 이제는 해리를 괴롭히는 다른 슬리데린 녀석들이 없었다. 누군가 괴롭히려고 하면 말포이가 뒤에서 말리는 것이다. 물론 말리는 데에 비꼬는 투가 빠질 수는 없었다. '저런데 뭐하러 신경 써?' 라는 말에 '그만 가지그래?' 가 따라오는 것이다. 그것은 해리가 아니라 해리를 괴롭히는 녀석들에게 하는 말 이였다. 언뜻 말만 들으면 해리의 신경을 긁으려는 속셈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들을 보는 말포이의 눈빛이 사나운 것을 보면 '지켜준다' 라는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해리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지만, 신경 쓰이는 건 그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해리가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방 아이들이 연이은 장마 때문인지 전부 기운이 빠져서 널브러져 있었다. 해리는 신경 쓰지 않고 제 침대에 들어가려 했지만, 론이 그를 막았다.


 "해리, 어딜 갔다가 지금 와?"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너 요즘 혼자서 사라지잖아."


 "너랑 모 숙녀분이 잘되라고."


 "론, 라벤더를 차더니 이번에 누굴 찍어두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너 지금 해리랑 똑같은 말 하는 거 알아?"


 해리의 임기응변으로 론이 난감해졌다. 그도 그럴게 론이 헤르미온느를 좋아하고 있는 건 해리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론이 자신을 더 캐묻기 전에 떨어뜨려 놓으려고 해리가 발설해버린 것이다. 론이 해리를 째려보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해리는 애써 모른척하며 더는 자신을 캐묻지 않았으면 함을 슬쩍 내보였다. 당황해 하는 론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 론이 자신을 캐물으려던 게 고소해진 해리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잠깐이나마 말포이를 잊고 있었는데 또다시 떠올라 해리를 괴롭게 했다. 이렇게 엿 먹이려던 속셈인가? 해리의 머릿속에 순간 스쳐 지나갔다.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열이 올랐다. 지금 당장 슬리데린 기숙사로 쳐들어가 말포이의 얼굴을 한 대 쳐주고 싶었지만, 해리가 슬리데린의 바뀐 암호를 알 턱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해리는 그날 밤 장맛비의 두들김을 자장가로 삼아 잠이 들었다.

 다음 날 해리는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장마 때문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깨어났다. 후덕지근함이 밀려왔다. 해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준비를 하고 한잠 자는 론을 깨워 연희장으로 나섰다. 마침 연희장을 나서는 말포이와 부딪힐 뻔하자 말포이의 입이 잠깐 벌어지더니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나가려고 했다. 순간 해리는 어젯밤 생각이 떠올라 어느 순정만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모두가 그들을 주목하는 순간이었다. 놀란 눈의 말포이가 해리를 쳐다봤다. 갑자기 주목된 이목에 해리가 말을 못 잇고 있자 말포이가 먼저 표정을 지우고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포터?"


 해리는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그에 론이 옆에서 해리를 열심히 불러대었고 고일이 그들 사이를 벌리려고 들었다. 하지만 말포이가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올리자 고일이 멈춰 섰고 론도 입을 다물고 둘을 바라봤다.


 "무슨 짓이냐고 물었을텐데?"


 "ㄴ···너야말로 무슨 짓이야?"


 해리가 잡고 있던 말포이의 손목을 내팽개치듯 놓고서 앞말을 살짝 더듬으며 되물어오자 말포이가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날···. 무시하고 있잖아···!"


 "증거는?"


 "어?"


 "미천한 내가 감히 위-대하신 영웅을 무시했다니. 증거가 어디 있냐고."


 해리는 평소와 같은 말포이의 빈정거림에 초점을 잘 못 잡았나? 라는 생각이 들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증거라면 조금 전에도 있었어!"


 말포이가 더 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나랑 부딪힐 뻔 하고도 별말 없이 지나가려고 했잖아?!"


 "맞아, 어째서 쟤한테 시비를 못 걸게 하는 거야?"


 해리의 말에 고일과 크레이브가 덩달아 해리를 옹호했다. 그와 동시에 말포이의 인상이 사나워졌다.


 "우리 영웅님은 시비 걸리는데 취미가 있으신가 봐?"


 "그런 게 아니잖아 말포이!"


 "그럼 왜 시비가 안 걸린다고 난리지? 그럼 네게 좋은 거 아닌가?"


 "네가 그러니까 신경 쓰이잖아!!"


 "···."


 짧은 정적이 흘렀다. 해리에게서 나온 말은 분명 연회장 내의 사람들이 다 들었을 것이다. 끝나갈 때쯤 온탓에 남아있던 학생은 몇 없었지만,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갈 것을 해리는 짐작했다. 식은땀이 해리의 이마를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 그를 깨달은 말포이가 연회장 내로 소리를 쳤다.


 "이 분위기는 뭐야? 다들 하던 거나 해!"


 "너는 따라와 포터."


 이번에는 말포이가 해리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론이 당황해서 해리를 부르며 쫓아가려 했지만, 고일과 크레이브가 그를 막아서고 말포이와 해리만이 걸어갔다. 하지만 여기도 저기도 모두 학생들로 깔려있어 해리와 말포이가 같이 있을 장소가 마땅하지 않자 해리가 조심스럽게 말포이를 당겨 필요의 방 문앞으로 데리고 왔다.


 "이럴 때라도 도움이 되는 줄은 처음 알았는데, 포터?"


 "조용히 닥치고 들어오기나 해. 따라오라 한 건 말포이 너면서 왜 내가 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건지···."


 말포이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먼저 발을 넣은 해리를 따라 방 안에 들어서자 큰 방에 비가 쏟아지는 걸 감상 할 수 있을 커다란 창에 몇몇 쿠션들만 놓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맛비로 인한 깜깜한 방안은 크기 때문에 고독 할 수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큰 창문과 쿠션, 비의 두들김 때문에 아늑하게도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향···. 이건 말포이 자신이 쓰는 향수와 같은 향이었다.


 "여기는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방이지? 포터?"


 "···. 알 필요 없잖아. 용건이나 말해."


 "까칠하긴, 용건은 네 쪽에서 있지 않나?"


 "따라오라며 끌고 온건 너잖아? 덕분에 난 아침도 글렀다고."


 말포이가 턱을 치켜들곤 해리를 흘겼다.. 안 그래도 서늘한 방에서 해리는 흠칫 몸을 떨곤 말포이를 째려보았다.


 "내가 신경 쓰이는 쪽이 용건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포이의 말에 해리가 헉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잘못 들은 거야!"


 "거짓말 하지 마, 포터."


 성큼 성큼 말포이가 해리에게 다가가자 해리는 다가오는 만큼의 두 배를 멀어져갔다. 약이 오른 말포이가 해리를 창문이 있는 벽까지 몰고서 내려다보았다. 해리의 등 뒤로 투 두둑 하고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들의 귀를 강타한다.


 "거짓말이잖아. 안 그래?"


 말포이의 말끝이 떨렸다.


 "알고 있으면서 왜 묻는 건데? 역시, 이게 네 새로운 괴롭히는 법이니?"


 "그럴 리가 없잖아! 포터, 너는 날 뭐라고 생각 하는 거야?"


 말포이가 소리를 질러오자 해리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힐끗 바라본 말포이의 얼굴엔 애틋함이 담겨있었다. 애틋함···?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말포이."


 " 정말 몰라서 물어? 젠장···."


 해리가 영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내자 말포이가 해리에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너는 내가 신경 쓰인다면서 할 말 없어?"


 "딱히, 없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얼굴에 말포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포터. 나를 어디까지 몰고 갈 셈이야?"


 "···어?"


 "한 때는 괴롭히며 관심받다가, 뒤늦게 남들에게서 괴롭힘을 지켜주며 관심을 유도하는 게 어떨 때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


 "뭐야 그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잖아."


 그 말을 끝으로 해리도 말포이도 사고회로가 닫혀버렸다. 몇 시간 같았던 몇 초가 흐른 후 말포이가 결국 붉어진 얼굴을 드러냈다. 해리도 덩달아 얼굴이 붉어지고 눈을 피했다. 한동안 둘은 헛기침만 해대며 서로 외면했다.


 "말포이 답지 않은 멋없는 고백이잖아."


 "다 너 때문이잖아. 포터."


 정적 후 평소와 같은 빈정거림이 오갔지만,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섞임을 둘은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야?"


 "뭐?"


 "언제부터 슬리데린의 말포이가 날 좋아한 거지?"


 "그런 거 ···. 그럼 너는?"


 "먼저 물어본 건 나였어 말포이. 아니, 내가 왜?"


 "너, 나를 좋아하잖아?"


 "그럴 리가 없잖아!"


 해리의 큰소리 때문에 말포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 방은 뭐지?"


 "이 방이 무슨 상관인데?"


 "딱, 나를 생각하며 만든 방 같은데. 틀렸나 포터?"


 "···."


 해리는 얼굴에 이어 귀와 목까지 빨개져선 말포이의 말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야 말포이를 의심하며 혼자서 생각할 방이 필요했기에 말포이를 생각하며 만들어진 방이 맞았다. 해리는 말포이의 향이 나는 것까진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말포이와 같이 이 방안에 있으니 꼭 말포이를 테마로 만들어진 방 같았다. 마치 그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것도 아니고 말포이라는 것처럼.


 "정곡을 찔렀나 봐?"


 "···.그게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증거가 되기엔 약한 거 같은데."


 이번엔 말포이의 말이 막혔다. 가만 보니 말포이의 귀와 목도 새빨개져 있었다. 둘의 열기로 방 안은 어느 여름날보다 더 뜨거워졌다.


 "그래서 싫다는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드레이코."


 어느 여름 날 보다 따뜻했다.


  드디어


   장맛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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